목회칼럼

<예레미야의 고민>

근대 이전 한국의 평균수명은 짧았기 때문에 환갑을 장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환갑을 노인의 기준으로 삼아서 국가 정책을 세우기도 했지만,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1년 기준으로 사회적 노인이라 보는 나이는 66.7세라는 조사결과가 있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는 최근까지 환갑이 된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일선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유엔에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측정하여 연령분류의 새로운 표준 규정을 5단계(0-17세 미성년자, 18-65세 Young people, 66-79세 Middle-aged, 80-99세 Senior) 로 나누어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그 규정에 의하면 60세는 청년으로 분류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청년기’가 늘어난다 해도 그것은 영원이란 시간에 비할 바가 안 되는 ‘찰나’일 뿐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런 찰나적 인생을 사는 우리 인생들을 가리켜 “나그네”라고 했습니다. 나그네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인생을 나그네 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지금보다 더 넓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나그네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 인 양 땅만 바라보며 각박하게 살지 않을 것입니다. 나그네 삶을 산다는 것은 세상과 자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나그네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평안하게 삽니다. 나그네는 할 수만 있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며 삶을 풍성하게 합니다. 나그네는 돌아갈 집을 생각하며 어렵고 힘든 일도 추억으로 여기며 삽니다. 이런 삶이 이 땅에서 새 예루살렘을 바라보고 영생을 취하며 사는 삶입니다.

여행할 때 짐이 크거나 무거우면 얼마나 힘이 듭니까? 또 짐을 잃어버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은 꼭 필요한 짐만 챙겨서 이동이 수월하게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인생을 나그네 길로 받아들인다면, 땅만 보고 살아서는 안 됩니다. 땅을 향하던 시선을 하늘로 돌리고 세상의 온갖 집착을 벗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 5년 만에 이혼을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그 후, 끝없는 추락의 추락을 거듭 했습니다. 갑상선암에 죽을 고비를 넘겼고 망막박리로 실명의 위기에도 직면했었고 첫 남편과 사이에서 얻은 큰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재혼해서 얻은 자폐아 아들을 키우면서 죽음 같은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지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이런 삶을 살아온 이 여성은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우는 이어령 박사의 장녀, 장민아 목사입니다. 그녀는 끝도 없이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대던 자신을 건져주신 주님의 은혜를 경험한 후, 자신에게 닥쳤던 모든 시련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죽는다면 오늘이 세상을 떠날 완벽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나그네 인생길을 걸어갈 때 하나님의 섭리에 철저히 순종하며 인생의 모든 일을 영적 원리에 따라 해석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입니다.

수학이나 과학에는 문제를 푸는 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바른 원리를 대입하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잘못된 원리를 적용하면 시간만 낭비할 뿐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를 좀 더 확장해서 영적인 문제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영적인 문제는 ‘믿음의 원리’에 따라 풀어야 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선호하는 세상사는 원리가 있다고 해도 그 원리로 영적인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닙니다. 영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세상원리를 포기하고 ‘믿음의 원리’를 대입해야 합니다.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 하리라”는 영생에 이르게 하는 믿음의 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