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수의 논리>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는 유명한 글이 있습니다. 저자는 어린 왕자의 입을 빌려 이 글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일 어른들에게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고요.’ 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 ‘십만 프랑 짜리 집을 봤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야 참 멋진 집”이라고 한다.” 정곡을 지르는 어린 왕자의 이 말에서 수의 논리에 사로잡혀 사는 이 시대 ‘어른들’에 속한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요?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삿7:2). 이 말씀의 배경은 사사 기드온 시대에 미디안 군 13만 5천(삿8:10)이 이스라엘을 삼키러 침공해 왔을 때입니다. 이때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조국을 구하기 위해 의병 삼만 이천이 일어났습니다.이는 적지 않은 수라 할 수 있었지만, 미디안 군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수를 보시고 기드온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이 ‘수의 논리’를 버리고 ‘믿음의 원리’에 따라 행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몇 해전 상영된 <인천상륙작전>이란 영화를 아시지요? 이 영화는 성공확률 5000:1의 작전을 통해, 풍전등화에 놓였던 우리 고국이 살아난 이야기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맥아더 장군이 전시상황을 시찰 중, 한 진지에서 학도병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보면 맥아더 장군이 그 병사에게 “왜 후퇴하지 않고 진지를 지키고 있는가?”라고 묻자 그가 이렇게 대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퇴하라는 상관의 명령이 없었습니다!” 이 말에 크게 감동한 맥아더 장군이 작전본부가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작전 회의를 소집하여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며 진지를 지킨 한 명의 병사가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3만2천의 의병들을 두 차례 테스트 하신 후, 3백 명의 용사만 남기셨습니다. 이 수는 미디안 군에 비하면 1/400의 규모로 그야말로 비교가 되지 않는 적은 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삼백 명의 용사를 이끌 사사 기드온에게 이 전쟁이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한 사건을 예비하셨는데, 한 밤중에 기드온에게 부하 한 사람을 붙여 미디안 진영으로 들여보내 살피게 하신 것입니다. 그 밤에 단 둘이 적진에 잠입해 들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지만, 기드온은 하나님의 명령에 즉각 순종해서 미디안 진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 보초를 서고 있던 미디안 병사 둘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습니다. 기드온은 그들의 대화를 듣는 순간, 하나님께서 자기를 그 곳에 보내신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기드온은 그들의 대화를 하나님이 하시는 계시의 말씀으로 들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나눈 대화인즉, 한 병사가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하는데, 보리떡 한 덩어리가 미디안 진으로 굴러 들어와서 한 장막에 이르러 그것을 쳐서 무너뜨려 부수니 도미노처럼 모든 장막이 쓰러졌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한 병사가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의 칼이라 하나님이 미디안과 그 모든 진영을 그의 손에 넘겨 주셨느니라”(삿7:14)고 그의 꿈을 해몽한 것입니다.
기드온은 이 해몽을 듣는 순간, 바로 그 ‘보리떡’이 이스라엘 군대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의 시각이 변하니, 3백 용사가 적게 보이지 않았고 12만의 대군도 많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 전쟁을 주도하시는 만군의 하나님만 보였던 것입니다. 마침내 기드온은 ‘수의 논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믿음의 원리’에 따라 3백 용사를 향해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일어나라 여호와께서 미디안과 그 모든 진영을 너희 손에 넘겨 주셨느니라”(삿7:15).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수의 논리’를 벗어내고 ‘믿음의 원리’에 따라 승리하기를 원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