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바이 등에서 물건을 살 때 보면 점원이 항상 권하는 것이 있는데, Extend Warranty입니다. 우리들은 워런티 사는 것을 망설이지만, 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웨런티를 ‘낭비’로 보느냐, ‘보장’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모든 면에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하는 것은 자기에게는 안정감을 다른 사람에게는 신뢰감을 줍니다. 영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준비된 성도는 긴급한 상황에도 요동치 않는 평온함 있습니다. 주 안에 있으면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당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그 중의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 자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마25:1-4). 유대의 결혼예식은 결혼 하루 전, 신랑이 잔치를 베풀어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신랑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 신부를 맞으러 처가로 갑니다. 그때 신부 집에서는 장인이 딸의 친구들을 초청해 신랑을 맞이할 들러리로 세웁니다. 그러니까 본문의 열 처녀는 단순한 들러리가 아니라 신랑을 맞이할 특별한 임무를 지닌 이들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의 이야기가 비유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밤>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신랑 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이 죄와 악으로 관영하여 영적인 흑암으로 뒤 덮혀 있을 때에 재림주로 오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이 밤의 길이가 예상보다 훤씬 길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에 담긴 기름만으로는 그 밤을 밝히기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간신히 등만 준비했을 뿐, 충분한 기름을 준비하지 않는 자들은 결코 신랑 되신 그리스도를 맞이할 수 없다는 경고가 이 비유에 담겨 있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한편 10명의 처녀들이 다 ‘등’을 들었다는 것은 그들 모두 교회공동체 안에 속한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주석가들은 ‘등’을 ‘외적 신앙’으로, ‘기름’을 ‘내적 신앙’으로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신앙의 외형에 속하는 것들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교회에 출석하는 것, 직분을 받고 봉사하는 것 등을 ‘신앙의 외형’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으로 표현되는 ‘신앙의 내용’은 좀 다른데, 이는 신앙생활의 본질에 속하는 것들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얻은 죄 사함의 은혜, 곧 칭의의 확신과 거듭난 생명, 그리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을 의지하는 실제적인 믿음, 무엇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 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믿노라 하는 사람들 중에 이 ‘기름’보다는 ‘등’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들은 보이는 등에만 관심하고 보이지 않는 기름에는 무관심한 것입니다. 이런 이들, 즉 등은 있는데 기름이 없는 사람들을 ‘불 꺼진 그리스도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고 그 불을 밝히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디서든 믿음의 불을 켜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불 꺼진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