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유학을 와서 처음 산 차가 중고 올스모빌($3,000)이었는데, 지난 세월 여러 대의 차를 바꿨지만, 자주색의 그 차만큼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차는 없었습니다. 온 가족이 맥도날 햄버거도 특식으로 먹던 그 시절, 안전벨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데, 당시 나는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냥 다니다가 95불짜리 티켓을 받은 것입니다. 정말 기막힌 일이었으나, 그걸 수업료 삼고 그 날 지금까지 나는 안전벨트를 반드시 매고 운전을 합니다. 이제는 그걸 하지 않으면 앞이 허전한 것이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한데,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 안전벨트가 몸에 익숙하게 되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그 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 그들이 무리를 떠나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가매 다른 배들도 함께 하더니 큰 광풍이 일어나며 물결이 배에 부딪쳐 들어와 배에 가득하게 되었더라”(막4:35-37).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사역을 마치고 날이 저물어 제자들과 함께 갈릴리 호수를 건널 때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갑자기 광풍이 불면서 배에 물이 차게 되었고 제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과 전혀 딴 세상 사람인양 배 고물에서 주무시다가 그들이 흔들어 깨우자 비로로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즉각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셨는데, 그게 자연법칙으론 이해 못할 일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막4:39).
이 사건의 배경은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천국복음과 치유사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던 때였습니다. 따라서 제자들은 아마도 주님께 몰려드는 군중의 질서를 잡고 안내하며 몹시 지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 나오는 군중을 보며 예수님과 다른 마음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관종이란 말도 있는데, 세상의 관심을 때 누구나 마음이 들뜨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들은 주님께 제자로 부르심을 받기 전에 그 사회에서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던 이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주님과 함께 하면서부터 주께 몰려오는 수많은 무리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추측컨대 전에 없던 관심을 받은 그들은 그 날 호수를 건널 때, 그 날 가버나움에 모인 그 큰 무리를 생각하며 우쭐한 마음에 소위 ‘성공’이란 것을 꿈꾸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증거가 제자들이 후에 주님의 우편과 좌편의 자리를 요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 날 저물 때 그들에게 임한 풍랑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시선을 ‘세상 일’이 아니라 ‘주의 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지으신 일’(전3:11)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갈릴리 호수는 일반적으로 호수가 다 그렇듯, 바다와 달라서 일반적으로 광풍이나 노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그 누구도 풍랑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때에 배를 삼킬 듯한 광풍이 불어 치면서 물이 배에 가득 차서 침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삶의 위기란 일이 되는 듯 하고 평온할 때에 일어날 수 있으니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10:12)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린 세상 일이 좀 잘 되어 서게 되면 흔히 안전벨트를 벗어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때 불어 친 풍랑으로 말미암아 갑자기 파선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린 섰을 때 특별히 주의하라는 말씀을 따라서 항상 자신의 영적 자리를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타가 된 선수가 있는데, 올림픽 직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김예지 선수입니다. 김선수는 한국의 CBS와 나눈 전화인터뷰에서 앵커가 “귀국해서 집에 가면 다섯 살 난 딸에게 뭐라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민소야, 엄마 왔어”라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앵커가 “엄마 메달 땄다”고 말하지 않을 거냐고 유도했는데, 그는 그냥 ‘엄마 왔다’라고 하겠다고 다시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말이 감동적이었는데, 아이가 아직 메달이 뭔지도 모르거니와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자기 목에 걸린 메달이 아니라 ‘엄마가 집에 왔다’는 사실 일 것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섰지만, 교만하지 않았고 자기 위치와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 지도 잘 알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