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럼프의 별장 <마라라고> 앞을 지날 기회가 있었는데, 긴 차량행렬이 있어서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올 가을 중간선거에 나서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그를 만나러 오는 줄이었다고 합니다. 1년 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의사당을 난입했을 때, 언론들이 일제히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전대통령을 지지하던 상,하의원들 중에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며 많은 이가 등을 돌렸고 언론은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평도 했지만, 지난 1년간 상황은 정반대로 흐르는 듯 합니다. 이들 의원들이 ‘친 트럼프’입장으로 돌아선 데는 공화당 당원들의 여론과 상관이 있습니다. 공화당의 저변을 이루는 지지자들은 그의 단순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연설에 환호합니다. 한 예로 그가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대변하는 소리요, 나만이 미국의 병폐를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선언은 세상 정치인이 다 하는 말이지만, 우리 신자들이 할 말은 아닙니다. ‘나만이 미국의 병폐를 해결한다’니, 사람이 부와 권력을 손에 쥐면 메시야 콤플렉스에 빠지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오만함은 출애굽의 영웅 모세도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을 때 보였던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 모세는 이런 오만함으로 애굽 병사를 살해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모세를 그대로는 쓰실 수 없어서, 고쳐 쓰시기 위해 미디안 광야로 내몰았습니다. 그를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도구로 쓰시기 위해 그에게는 아픈 일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농부들이 모판을 떼 듯 바로 왕궁에서 떼어내서 미디안 광야로 옮기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팔십이 되었을 때, 그를 부르시어 출애굽 사명을 맡기시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출4:2). 모세가 들고 있던 지팡이는 미디안 광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마른 나무 막대기에 불과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모세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지팡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휘어지고 굽어진 지팡이는 당시 모세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우리는 위대한 일을 이루려면 큰 능력을 갖추어야 될 것으로 생각하기 싶지만, 정작 하나님이 택한 사람을 보면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 손에 맡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로 하여금 그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하신 후,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것을 땅에 던지라”(출4:3)고 명령하셨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는 비록 볼품없고 가치 없는 것이지만, 그가 양을 칠 때 긴요하게 사용하던 것입니다. 맹수를 물리치기도 하고, 낭떠러지의 잔목에 걸려 있는 양을 걷어 올리기도 했던 것이요, 피곤할 때는 자신의 몸을 의지하던 요긴한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는 명령은 모세가 의지했던 것을 내려놓으라는 의미입니다. “너는 다른 신에게 절하지 말라. 여호와는 질투라 이름하는 질투의 하나님임이로다”(출34:14). 하나님은 ‘질투’라는 표현까지 써가시면서 우리가 당신보다 더 의지하는 모든 것을 ‘우상’으로 규정하시고 단호하게 끊어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라’고 하실 때 내려놓을 것이 있다면 그게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 없이는 못살고 큰 일 날 것 같은 그것을 내려놓을 때, 모세처럼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을 보게 될 것입니다.